6세기 복음서도 되살려낸 전통 한지 '유네스코 등재' 속도 낸다

작성일자 : 2022-04-14

지난 연초에 경북 안동의 한지 제작 현장을 찾은 추진단 준비 위원들.
왼쪽부터 이병섭 안동한지사장.김형진 국민대교수.신탁근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장.이영걸 안동한지회장.노영혜 종이나라박물관 관장.최현사 한지보존회 회장

 

‘한지 유네스코 등재 추진단’ 29일 공식 발대식

 

“조선왕조실록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 기록문서 16개 중 13개가 한지(韓紙)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기록 매체로서의 ‘한지’의 우수성이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된 셈입니다. 기술 보존의 당위성도 입증됐고요. 인류의 무형유산을 제대로 보존,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반드시 관철돼야 합니다.”

지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연구 용역을 받아 ‘한지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최종보고서’를 내놓은 김형진 국민대 교수(임산생명공학과)는 “한지의 유네스코 등재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통한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등재추진단’ 발대식이 오는 29일 오후 3시 서울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다. 이날 발대식을 시작으로 추진단에서는 현재까지 수행된 학술문헌 연구와 관련 자료 정리 등을 거쳐 유네스코 유산 등재 신청서 및 필요 자료 등을 작성, 2024년 유네스코 등재를 목표로 활동을 전개한다. 또 발대식에 앞서 전통한지 공방의 현황 및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경기도 가평, 강원도 원주, 경북 안동, 경남 양산, 전북 전주 지역의 한지장 및 전문인들과 관련 단체장들을 만난다.

 

 

1000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한지는 한지장(韓紙匠)의 손에서 닥나무를 베는 과정부터 섬유화 과정과 초지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닥나무를 베고, 찌고, 삶고, 말리고, 다시 삶고, 고르게 섞고, 뜨고, 건조하는 과정을 통해 한지장의 아흔아홉 번 손질을 거쳐야 하는 수작업이라 옛 사람들은 ‘백지(百紙)’라고도 불렀다.

그럼에도 한지는 국내에서는 ‘옛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중국의 선지(宣紙)나 일본의 화지(和紙)를 압도하는 탄탄한 내구성과 보존성으로 인해 이미 국제적으로는 널리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2018년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5년 제작한 자필 노트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Codex on the Flight of Birds)’ 복원에 한지를 사용했다. 로마가톨릭 수도사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 6세기 비잔틴 시대 복음서, 이탈리아 화가 피에트로 다 카르토나의 17세기 작품 등도 모두 한지로 복원됐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막시밀리안 2세 책상’ 손잡이 복원에 한지가 쓰였고 미국 국회도서관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서관에서도 문서 복원에 ‘마법의 재료’와도 같은 한지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2010년 우리 한지를 모아 원료, 제조공정, 가공공정, 제품특성 등을 총망라한 한지의 백과사전격인 한지대전 ‘한지’(저자 김형진)를 펴내는데 앞장선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제적으로는 품질면에서, 보존가치 측면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지만 막상 국내에서는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한지문화가 지리멸렬 사그라져가고 있다”며 “창조적 계승 대상으로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문화자원화하는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한지의 유네스코 등재에 함께 힘을 보태고 있는 삼성출판박물관의 김종규 관장(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은 “우리 민족이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라는 세계 최초의 목판본과 ‘직지’라는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으로 출판문화를 발달시켜온 것도 ‘한지’가 있어 가능했다”며 “31년전 박물관 개관 당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한지 재료인 닥나무를 박물관 앞에 식수(植樹)한 것도 우리 문화의 과거와 미래에 있어 ‘한지’의 중요성을 그만큼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령 전 장관의 닥나무 옆에는 “(중략)이어령 선생님이 기념식수 /했다는/닥나무 처음 보았는데 (중략) 나를 스쳐간 종이 /몇백 트럭 후히/저 나무에서 비롯되었을 것/ 저 잎 하나하고/ 말 걸고 있으면 /백년은 /후딱 지나가겠다”는 신달자 시인의 시 ‘닥나무’가 시비에 새겨져 있다. 

 

서울 구기동 삼성출판박물관 앞에 세워진 신달자 시인의 시비.  시  ‘닥나무’가 새겨져 있다.  바로 옆에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31년전  식수한 아름드리 닥나무(한지 재료)가 자라고 있다.

 

한지의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하듯 추진단에는 문화예술계를 비롯, 국내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추진단을 이끌고 있는 이배용 단장(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을 필두로 김형동 국회의원, 서정숙 국회의원 및 김현모 문화재청 청장, 김성재 전 문체부장관, 전통 ‘한지대전’을 집대성시킨 유인촌 전 문체부장관,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통도사 성파스님, 신탁근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장, 김수자 유네스코협회연맹 부회장,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 최현사 한지보존회 회장 등이 추진 주요 멤버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출처: https://m.dnews.co.kr/m_home/view.jsp?idxno=20210422132335167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