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와 6·25에도 대한민국 있게 한 건 문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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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帝와 6·25에도 대한민국 있게 한 건 문화의 힘”
입력2022.10.11. 오후 12:10
수정2022.10.11. 오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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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은 10일 오후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세계 제일 우리 전통 한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양산 통도사서 ‘한지의 날’제정 선포식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
길이24m 폭3m 한지 손수제작
‘세계 제일 우리…’ 휘호 써보여
“서구선 13세기 종이 생산 시작
한지, 4세기 신라 때부터 제조
유네스코 유산 등재위해 온 힘”
양산=글·사진 박현수 기자
“세계 제일 우리 전통 한지(韓紙)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실어 줄 것입니다.”
10일 오후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열린 한지살리기재단(이사장 이배용) 주최 ‘한지의 날’ 제정 선포식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사진) 스님은 문화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 종이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과학기술의 모델로 아흔아홉 번의 장인 손길을 거쳐 일백 번째 마지막 혼을 담아 탄생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랑스러운 우리 한지를 지켜내고 살릴 수 있도록, 10월 10일을 한지의 날로 제정해 선포식을 하게 됐다.
성파 스님의 한지 사랑은 각별하다. 지난 3월 종정 추대식에서도 전통문화의 중요성과 전통 한지의 세계화에 대해 강조했다. 성파 스님은 길이 100m, 폭 3m 크기의 한지를 직접 만들어 ‘세계 제일 우리 종이’라는 휘호를 쓰는 등 한지와 인연이 깊다. 이날도 24절기의 의미를 담은 길이 24m, 폭 3m 크기의 한지를 손수 제작해 ‘세계 제일 우리 한지의 날 선포’라는 휘호를 써 보여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성파 스님은 통도사와 한지의 인연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조선시대 때 통도사는 전국에서 한지를 가장 많이 생산해 나라에 바쳤다”며 “워낙 많이 생산하다 보니 부담이 과중해 폐사될 위기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지는 4세기 신라 때부터 있었지만, 서구에서는 13세기에 종이를 생산하기 시작해 우리 한지가 전통이 오래됐고 우수하다”며 “온 국민이 한지가 우리의 고유한 자산이며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서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이 10일 오후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열린 ‘한지의 날’ 선포식에서 손수 제작한 길이 24m, 폭 3m 크기의 한지에 ‘세계 제일 우리 한지의 날 선포’라는 휘호를 쓰고 있다.
성파 스님은 “현재 우리 사회는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 단합이 안 되고 있어 걱정이 많다”면서 국가의 중요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일제에 의해 나라를 잃었을 때 한지 생산이 가장 활발했습니다. 외국으로 수출도 많이 했는데, 한지가 아닌 일본 종이로 둔갑됐으며 손기정 선수도 일본 선수였어요.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요. 국가가 있으니까 문화도 있는 것입니다. 문화가 아무리 융성해도 나라가 없으면 다 소용없지요. 따라서 온 국민이 합심해 나라를 잘 지켜야 합니다. 한지의 날 선포식은 그런 각오를 다지는 날입니다.”
성파 스님은 650t에 달하는 도자기를 구워서 팔만대장경을 십육만 도자경으로 제작해 통도사 내에 장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장경각 마당에 울산의 국보 문화재인 반구대암각화를 소재로 옻칠기법의 창작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켜 이곳 마당에 수중 전시하고 있다.
역대 불교 조계종 종정 가운데서도 문화예술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가진 성파 스님은 이날도 ‘문화의 힘’을 강조했다. “국토가 좁고, 자원도 빈약한 우리나라는 문화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도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게 한 것은 문화의 힘이 크다”고 역설했다.
성파 스님은 세수 84세에 비해 무척 건강해 보였다. 건강비결을 묻자 많이 걷고 움직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과 운동은 다르다고 하지만, 노동도 운동”이라며 힘줘 말했다.
왼쪽부터 윤영석·서병수 국민의힘 의원,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이배용 한지살리기재단 이사장,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 최현사 한지살리기재단 사무국장, 노찬용 영산대 이사장.
한편 이날 축하 연날리기 속에 시작된 선포식은 ‘한지의 날’ 제정 경과보고, 한지장 대표의 선포문 낭독, 한지로 만든 태극기 증정식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의 ‘미래의 평화를 접어 펼쳐라’라는 제목의 축시 낭송, 백성 스님(통도사 학춤보존회장)의 학춤 공연, 한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기원 종이비행기 날리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오는 11월 25일 전북 완주에서 ‘제5회 한지포럼’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배용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우리 역사의 모든 기록물은 한지가 있었기에 보존할 수 있었다”면서 “서원과 산사 등재 경험을 바탕으로 빠른 시간 내에 한지를 세계유산에 등재할 것이며, 한지의 날 선포식을 계기로 범국민적 운동으로 펼쳐질 것을 기대하며 등재를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수 기자(phs20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