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만들던 조지서(造紙署) 터 복원 속도낼까
24일 한지살리기재단 학술포럼
전통한지와 조지서의 역사적 의미
`한지 작가` 전광용 홍보대사로 위촉
하야시 부이치의 조선국진경(1892년)의 조지서 사진
우리나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16건 중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13건이 전통 한지를 사용했다.
한지를 제조하는데도 국가적 관심이 있었음은 왕의 명으로 설치된 조지서(造紙署)라는 관청의 존재에서 미루어 짐작된다.
1420년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세종 2년에 특명으로 조지소를 두어 종이를 만들었는데, 지장(紙匠)과 착하고 어진 관리를 뽑으니 종이 질이 옛 것에 견주어 훨씬 좋았다"고 쓰여 있다. 1466년 세조실록에는 조지소(造紙所)를 조지서(造紙署)로 변경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하지만 불과 130년 전 한 일본인의 기록 이후 관청의 흔적은 사라졌다. 1892년 '朝鮮國眞景(조선국진경)'이란 책자에서는 세검정 인근 사진과 함께 "조지서는 조선 정부의 사업으로서 예로부터 제지업이 있었다고 한다. 종이 질이 질기고 아름다워 관민이 모두 사용한다"고 쓰여있다.
기호철 문화유산연구소 '길' 소장은 "조선시대 문헌에서 태종의 명으로 조지소(造紙所)를 설치했다는 기록이 처음 등장하지만 세종때 특명으로 창의문 밖 장의사동에 세웠다는 조지소와 동일한 지는 분명치 않다"며 "이 터는 현재 종로구 신영동 199번지 혹은 219번지 세검정초등학교 자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세검정초등학교 운동장 안에는 통일신라때 지어졌다는 사찰 장의사터 당간지주가 남아있다.
장의사터 당간지주(세검정초등학교 운동장)
재단법인 한지살리기재단(이사장 이배용)은 24일 서울 종로구 주최로 서울역사박물관 아주개홀에서 '전통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 포럼'을 연다.
이번 포럼에서는 전통 한지 생산·관리 중심지였던 조지서 터에 대한 복원 가능성과 필요성을 검토하고, 전통 한지의 발전을 위한 연구·정책 방향성을 모색한다. 기호철 소장은 물론 김형진 국민대 과학기술대학 학장과 김학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임돈희 동국대 석좌교수, 함한희 전북대 명예교수, 안지윤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등 전문가들이 주제발표와 토론에 참여한다.
이배용 이사장과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주축이 된 이 재단은 지난해 4월 전통한지의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추진단을 결성하고 국민적 총의를 모으기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섰다. 전통 한지의 고유성과 미래 지속성을 논의하는 학술포럼만 지난해 6월 경북 안동부터 경북 문경, 전북 전주에 이어 4번째다.
김정호 1849년 동여도 에 나타난 조지서 존재
한지살리기재단은 24일 한지공예디자인문화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한지 작가'로 유명한 전광영 씨를 홍보대사에 위촉할 예정이다.
이배용 이사장은 "전국의 한지장과 한지를 아끼는 많은 분의 염원을 모아 우리 전통 한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반드시 등재하고, 그 진정한 가치와 우수성을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널리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도 "우리의 생각을 담아주고 마음을 담아주는 그릇으로서의 이 종이가 인류 문화의 유산으로 꼭 등재되기를 바란다"는 유지를 남겼다.
출처: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2/03/260701/